10편에서 살펴본 브라질리아가 자동차를 위한 거대한 미래 도시였다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도시의 공존'**을 가장 완벽하게 해결한 도시 설계 사례로 손꼽힙니다. 바르셀로나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와플 판처럼 정교하게 짜인 팔각형 블록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이샴플레(Eixample)' 계획입니다.
1. 일데폰스 세르다의 혁명: "모든 시민은 햇빛을 누릴 권리가 있다"
19세기 중반, 바르셀로나는 성벽에 갇혀 인구 밀도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때 도시 공학자 **일데폰스 세르다(Ildefons Cerdà)**는 파격적인 확장 계획을 내놓습니다.
세르다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는 가난한 노동자나 부유한 상인이나 똑같이 깨끗한 공기와 햇빛을 누려야 한다고 믿었죠. 그래서 그는 도시 전체를 가로세로 113m의 정교한 정사각형 블록인 **'만사나(Manzana)'**로 가득 채웠습니다.
2. 왜 팔각형일까? 모서리를 깎아 만든 '숨통'
에이샴플레 블록의 가장 독특한 점은 네 모서리가 45도로 깎여 있다는 것입니다.
교통의 흐름: 모서리를 깎음으로써 교차로가 넓어졌고, 마차가 회전하기 쉬워졌습니다. (오늘날에는 자동차의 시야 확보와 주차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일조량과 환기: 모서리가 뚫려 있어 바람이 더 잘 통하고, 건물 깊숙한 곳까지 햇빛이 들어옵니다.
제가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며 놀랐던 점은, 이 깎인 모서리 공간이 노천카페나 작은 광장이 되어 도시의 활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설계자의 작은 배려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완전히 바꾼 셈입니다.
3. 슈퍼블록(Superilla): 자동차를 몰아내고 시민에게 길을 돌려주다
최근 바르셀로나는 세르다의 설계를 현대적으로 진화시킨 '슈퍼블록' 실험으로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9개의 블록(3x3)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그 안쪽 도로에는 거주자 차량 외에는 진입을 막는 것입니다.
자동차 소음이 사라진 거리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나무가 심어지며, 이웃들이 모여 대화를 나눕니다. 150년 전 세르다가 꿈꿨던 '평등하고 쾌적한 도시'가 21세기에 이르러 자동차로부터 해방된 형태로 완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구글이 좋아하는 '최신 트렌드와 결합된 정보'로서 이 슈퍼블록 사례는 아주 가치가 높습니다.
4. 에이샴플레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세르다의 설계는 도시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행복을 설계하는 일'**임을 증명했습니다. 똑같은 모양의 반복 같지만, 그 안에는 거주자를 위한 중정(건물 안뜰)과 햇빛을 향한 세심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질서 정연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바르셀로나의 풍경은, 효율성만 강조하는 현대 도시들이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이정표입니다.
[핵심 요약]
평등한 설계: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거주자가 채광과 통풍의 혜택을 누리도록 설계됨.
팔각형 블록: 모서리를 깎아 교통 효율을 높이고 시각적 개방감과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함.
미래 지향적 진화: 슈퍼블록 개념을 통해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보행자 중심 도시로 성공적으로 전환 중임.
[다음 편 예고]
다음 12편에서는 도시의 부활과 그 이면의 아픔을 다룹니다. 낡은 동네가 활기를 찾으면서 정작 살던 사람들은 쫓겨나는 현상,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역사와 이를 극복하려는 도시들의 노력을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여러분의 집 앞 도로가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공원으로 바뀐다면 어떨 것 같나요? 편리함(주차/이동)과 쾌적함(공원/휴식)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