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산행 중 '조난'을 당했다면? 행동 요령과 구조 요청법]
즐겁게 산길을 걷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낯익은 등산로가 보이지 않고 사방이 나무로 막혀 있다면 누구나 공포에 질리게 됩니다. 조난은 거창한 히말라야 산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해가 지기 시작한 동네 뒷산에서도, 안개가 자욱한 국립공원에서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조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길 잃음'이며, 그다음이 체력 저하로 인한 고립입니다. 저 역시 안개 낀 날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매다 스마트폰 배터리까지 바닥나며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산에서 고립되었을 때 생존 확률을 높이는 구체적인 행동 강령을 정리해 드립니다.
1. 길을 잃었을 때의 제1원칙: "멈추고 올라가라"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당황해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물 소리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면 마을이 나올 것 같지만, 계곡은 지형이 험하고 수직 절벽이 많아 조난자가 추락하거나 구조대원이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곳입니다.
STOP 법칙: 즉시 멈춰 서서(Stop), 생각하고(Think), 주변을 관찰하며(Observe), 계획을 세우세요(Plan).
능선으로 향하라: 길을 찾을 수 없다면 높은 곳(능선)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능선은 시야가 확보되어 지형 파악이 쉽고, 구조대원이 헬기나 드론으로 발견하기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또한 스마트폰 수신 전파도 능선에서 훨씬 잘 잡힙니다.
2. 체온 유지는 생존과 직결된다
조난 시 사망 원인 1위는 굶주림이 아니라 '저체온증'입니다.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땀에 젖은 몸은 체온을 빠르게 앗아갑니다.
마른 땅과 격리: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위해 배낭을 깔고 앉거나 나뭇잎, 가지를 두툼하게 쌓으세요.
바람막이 구축: 큰 바위 뒤나 쓰러진 나무 아래 등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으세요. 비닐 우의나 은박 서바이벌 블랭킷(구급함 필수품)이 있다면 온몸을 감싸 체온을 보존해야 합니다.
3. 스마트폰을 활용한 똑똑한 구조 요청
119와 국립공원 앱: 긴급 전화 119에 신고할 때, 자신의 위치를 모른다면 GPS를 기반으로 한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이나 '강원119신고' 앱 등을 활용하세요. 터치 한 번으로 정확한 위경도 좌표가 구조대에게 전송됩니다.
배터리 관리: 신고를 마쳤다면 스마트폰의 '비행기 모드'를 켜거나 전원을 꺼두어 배터리를 최대한 아껴야 합니다. 구조대와의 연락은 특정 시간에만 하기로 약속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전력을 보존하세요.
4. 구조 신호를 보내는 물리적 방법
소리보다는 빛: 소리를 지르는 것은 체력을 급격히 소모시키고 소리가 멀리 퍼지지 않습니다. 호루라기를 불거나, 밤에는 랜턴을 이용해 짧게 세 번, 길게 세 번(SOS 신호) 불빛을 보내세요.
시각적 표식: 밝은색 옷을 주변 나뭇가지에 걸어두거나, 헬기가 보일 때 거울이나 은박지로 빛을 반사하면 발견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조난 대비 생존 체크리스트]
[ ] 내 배낭에 비상용 은박 담요(서바이벌 블랭킷)와 호루라기가 있는가?
[ ] 산행 전 주변 지인에게 내 코스와 예상 귀가 시간을 알렸는가?
[ ]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켜두고 보조배터리를 지참했는가?
[ ]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 등 구조 요청 앱이 설치되어 있는가?
[ ] 당황해서 계곡으로 내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핵심 요약
길을 잃으면 절대 계곡으로 내려가지 말고 시야가 확보되는 능선으로 올라가세요.
저체온증 방지를 위해 바닥의 냉기를 차단하고 체온 보존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구조 신고 후에는 배터리를 아끼고, 호루라기나 빛을 이용해 시각적인 구조 신호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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